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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개발 사업 부처간 주도권 싸움… 중복사업 예산 낭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0 17:16

수정 2014.11.20 22:10

공적개발원조 성격 사업, 부처별로 우후죽순 생겨
기재부·외교부·국토부, 예산 따내기 경쟁 치열

해외개발 사업 부처간 주도권 싸움… 중복사업 예산 낭비

"죄송하지만 앞서 (아프리카 비중점국가그룹 국가 원조) 사업비는 보류로 해주시죠."

지난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 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정부 부처의 재심의 요청이 있었다. 아프리카 비중점국가 원조사업 예산이 50억원 삭감으로 의결되자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이 심의 순서가 다음 예산안으로 넘어가 의결을 끝낸 안건에 대해 재차 검토를 요청한 것이다. 외교부는 내년도 아프리카 비중점국가 원조사업에 약 65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었다.

해외 경제개발 사업을 두고 부처 간 주도권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내년도 사업 확대를 위한 예산 확보에 전력을 다하면서 '쩐의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 특히 유사한 공적개발원조(ODA) 성격의 사업이 부처별로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중복 예산편성으로 인한 세금낭비 지적도 커지고 있다.

■"주도권 사수"…예산 확보 총력

20일 국회 예결위와 정부 부처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심의 과정에서 해외 경제개발사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각 부처의 예산 확보 싸움이 빈번하게 연출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전개하고 있는 정책 컨설팅 사업인 경제발전경험공유(KSP) 사업 예산을 두고도 기재부와 외교부, 국토교통부 간 갈등 국면이 그대로 드러났다.

KSP사업 중에서도 건설.플랜트.인프라 관련 특별 KSP사업이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인프라마스터플랜 수립사업과 중복 편성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기재부가 KSP사업을 두고 외교부와 의견차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무분별한 사업 추진에 따른 부처 간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예산안조정소위 회의에 참석한 기재부 관계자는 "수요가 넘치는 사업이다. 도미니카, 미얀마 등에서 성과도 있었다"고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수요와 성과를 감안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그러나 예산안조정소위 위원들은 타 부처 사업 간 유사.중복을 감안해 감액해야 한다는 기재위 심사 결정에 따라 기재부가 편성한 약 298억원에서 10억6000만원을 삭감키로 의결했다.

지난 18일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의 예산안 심사에서도 해외경제 개발사업에 대한 중복 예산편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안행부가 아시아, 아프리카 핵심협력국과의 공공행정분야 협력체계를 제도화하는 내용의 한류행정 네트워크사업을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신규 편성한 2억원의 예산이 문제가 된 것이다. 신규 사업 추진의 필요성과 함께 사업예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한·아프리카 행정장관회의'가 외교부 역할과 중복된다는 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이날 외교부 예산안 심사에서 안행부의 사업을 언급하며 "아프리카 전략도 전체 외교전략 추진 사안이 아닌가. (외교부가) 타 부처의 (해외 경제개발사업) 예산도 연계해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업 중복 지적에도 '막무가내'

이처럼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 사업 규모가 증가세인 가운데 예산 중복편성과 유사한 사업 추진의 관행이 수년 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각 부처의 사업 주도권 확보 싸움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기재부의 KSP와 KOICA는 그 명칭부터 서로 유사하다고 여겨질 만큼 많은 부분에서 중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 2004년부터 기재부가 주도해 오고 있는 KSP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경제발전 관련 자문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외교부는 산하에 둔 KOICA 등을 통해 2004년 이전부터 비슷한 내용의 원조활동을 해오고 있다.

원조사업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부처 간 업무중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의 KSP사업과 국토부의 인프라마스터플랜 수립사업뿐만 아니라 KOICA가 내년에 새롭게 추진하는 사회적투자파트너십과 창조경제지원사업 등 외교부 차원에서의 사업도 구별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점이 국회입법조사처 등의 분석을 통해 제기됐다.


이에 기재부는 사업조정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각 부처로부터 개발원조사업 수요를 끌어다 일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외교부로서는 외교부가 해야 할 업무를 기재부가 하겠다고 나선 상황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애써 감추고 있다.
이 때문에 기재부와 외교부는 국무조정실과 함께 업무 중복성, 분절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3자협의를 해오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gmin@fnnews.com

조지민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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